립유

[도서]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슈퍼리치의 종말과 중산층 부활을 위한 역사의 제언

삼토 2013. 8. 30. 19:51


많은 돈은 다시 많은 돈을 낳게 마련이란 사실을 인식한 이후부터 


이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일인가, 옳은 일인가에 대한 의문은 있었다.


사실, 옳은 일은 아니지만 어쩔수 없는 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 적도 많았다.


친구와 편의점 맥주를 마시면서도 '부익부 빈익빈'은 불평하기 좋은 주제였다.


우리는 열심히 살았든 놀면서 살았든, 결국 결말은 돈이 정해주더라는 푸념을 안주거리로 삼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꼭 한번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영문 제목은 <The rich don't always win>.


한국어 제목은 이 책이 설명하는 바를, ("어떻게" - 말그대로 과정을 담은 책이었음)


영문 제목은 이 책이 주장하는 바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제목을 보고 과연 이 책의 저자는 어떻게 중산층 부활을 시키라고 말할지 그게 정말 궁금했다.


과연 그게 이루어질 수 있기나 할까, 그렇게 생각했다.


심지어 나는 오늘날 불평등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미국이 한때는 두터운 중산층을 가졌었다는 점에도 놀랐다.



처음에는 경제학이나 행정학 같은 이론에 입각하여 눈에보이는 해결책을 제시하리라 


기대하면서 첫장을 펼쳤지만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닌 역사서에 가까웠으므로


"옛다, 답이다" 하고 냉큼 주지는 않았고 읽어나가면서 깨닫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요점만 간단히 적어둔 수험서와 이론으로 점철된 전공서만 읽어왔던 내게는


픽션도 아닌 팩트만 나열된 이 책의 전반부를 읽는 것이 힘든 작업이었으나,


그럼에도 꼼꼼히 읽었다. 앞에서 나온 인물이 뒤에서 또 나오므로 대충대충 넘기면 재미가 반감될 듯.



역사서라 하면 경제사 교과서처럼 지루 (경제사 교수님께 죄송... 그래도 수업은 재밌게 들었는데 ㅠ)


할줄만 알았는데, 수치가 나열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읽기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당시 미국의 정치와 경제상황에 대한 내용이 배경으로 깔려있기 때문에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경제학이나 행정학 쪽 지식과 엮어서 읽으면 더 흥미로운 독서가 가능하다.


거시경제학 쪽에서는 작은 정부와 큰 정부를 둘러싸고 학파 간 대립이 분명한데, 


이를 염두에 두고 읽으면 연결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행정학 공부하면서 배웠던 엽관제라던가 시기별 정부기조,


재정학에서 배웠던 역진세, 누진세의 개념들이 책에서 이용되다보니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았고 배경지식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부지런히 읽었다.ㅎㅎ



이 책을 쭉 읽어나가다보면 저자가 강력한 누진세와 노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미국의 중산층 황금기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직접적으로는 슈퍼리치에 대한 강력한 세율세력이 커진 노조였지만


이것은 대중들이 먼저 불평등을 인식한 후, 단합하여 그들의 표를 행사하였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책의 전반부는 대체로 투쟁-> 투쟁-> 투쟁을 보여준다. 


즉, 50-60년대의 중산층 시대는 기나긴 투쟁의 결과 어렵게 얻어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애초부터 슈퍼리치는 많은 판돈을 갖고 있었고, 돈으로써 게임의 룰도 그들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었다.


노동자 및 진보 정치인들은 패배를 거듭할 수 밖에 없었지만, 결국 그들의 힘이 되어준 것은 변화한 국민의 의식이었다.


이렇듯 중산층 황금시대는 국민의 관심에 의해 서서히 이루어졌지만, 


그 관심이 동일한 지향점을 잃어버리면서 순식간에 쇠락해갔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적 야심이 남달랐던 50여년 전의 공화당 주지사는 중산층을 대변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그와 비견할 수 있는 현재의 주지사는 똑같은 야심을 품더라도 대신 중산층을 쥐어짜기로 결정할 것이다. 

정치적 야심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정치환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따라서 국민의 단합된 관심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닐까, 이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무조건적인 평등분배는 위험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공산주의적 평등을 주장하는게 아닐뿐더러 (부의 집중이 나라를 망친다는 주장일뿐)


평등한 분배를 외치는 정당성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소수에 집중된 부가 사치산업이 아닌 공공시설로 이전되었을 때 시민이 누렸던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 자신의 주장이 실려있는데 이 부분이 백미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꾸준히 읽어서 마지막 부분에 다다를 때,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느끼게 될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처음에는 읽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팩트 나열적 방식에 있다.


독자에게 이런 저런 생각해볼거리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아쉬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저자는 금권주의에 대항하는 목적으로 책을 쓴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느 정도 편향적인 논조를 지닌 것이 사실이지만,


그가 나열한 팩트의 객관성이 손상될 정도는 아니다.


노동자의 편에 선 정치인은 무조건 선으로, 아닌 사람은 무조건 악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그들 내면에 있음직한 이해관계나 정치적 행보까지 적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제시하고자 한 의도가 엿보인다.




애초에 관심이 있었던 주제라서인지는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좋은 책 읽을 기회를 주신 테샛준비위원회 카페에 감사드린다. :)